등록일 : 2019-01-03 16:45:21 조회 : 40

[인천일보] 군산 경제 살리자고 '인천 중고차 산업' 바퀴 빼가나 (12/19)

군산 경제 살리자고 '인천 중고차 산업' 바퀴 빼가나
 
[중고차 수출산업 선수 뺏긴 인천]
▲ 중고차는 인천항의 주요 수출품목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수출물량 28만6000여대 중 25만2000여대가 인천항을 통해 수출됐다. 하지만 정부가 군산에 중고차 수출 복합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하면서, 인천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수출을 앞둔 자동차들이 인천내항 5부두에서 대기하는 모습.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 인천시·인천항만공사·항만 및 중고차 업계가 검토 중인 중고차 단지 예정지. 인천 남항 역무선 부지와 조만간 이전될 석탄부두를 활용하는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 자동차 매집·통관·수출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인천내항 4부두 중고자동차수출단지(오른쪽)'가 대상에 올라있다.

  

  

 

 

 

 

 

 

 

 

 

  

政 '군산 중고차 단지 조성' 발표 
인천항 최적지 … 85% 이상 처리 

균형발전 논리 … 인천은 또 희생

 충남 이남 물량 군산서 처리될 듯 
비효율적 물량 나눠먹기 지적나와 
시·IPA, 느림보 사업 추진도 원인 
관련 업계 "조만간 의사 결정 발표" 




정부가 중고차 수출 산업을 붙잡으려 안간힘 쓰는 인천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역균형발전 논리에 인천은 또 희생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내놓은 '2019년 업무보고'를 통해 전북 군산에 '중고차 수출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고차 수출 산업은 전국적으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천의 주요 산업이자, 인천내항 물동량을 책임지는 주요 화물이다. 이날 발표에 그동안 중고차 단지 대체부지를 찾던 인천 경제계는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 등 주요 기관도 대응이 너무 느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군산 단지, 인천 물량 나눠가질 듯 
이날 산업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전북·부산경남·광주전남·대구경북 등 4개 지역에 '지역 활력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조선소 중단과 한국지엠 공장 폐쇄로 침체된 군산 지역에 '중고차 수출 복합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중고차 거래소, 품질인증센터, 물류센터, 수리시설 등 관련 시설을 집적화하는 내용이다.

사업 방식은 민간이 부지를 매입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단지를 조성할 때, 정부가 공사비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다. 사업비는 1000억원에 조성 시점은 2022년으로 예상된다. 면적은 33만㎡ 정도다. 

산업부는 내년 초 전라북도·군산시·민간사업자와 함께 사업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부지를 매입할 예정이다. 산업부가 군산을 지목한 까닭은 바로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회복'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단지 후보지로 인천도 검토했지만 지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군산은 인구도 빠져나가는 중이고 산업도 침체돼 정부가 지원할 명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군산 중고차 수출 복합단지가 인천 물량을 전부 빼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바로 인천 배후의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체들이 수도권에서 차량을 사들여 군산까지 육상 이동하기에는 운송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사업이 추진되면 충남 이남 물량은 군산에서 수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인천 물량을 '나눠먹는' 사업인 셈이다. 

▲"중고차에 공들이는데" … 허탈한 인천 

이날 발표 직후 관련 업계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논리에 인천이 또 희생된 셈이기 때문이다. 

인천은 지리적으로 중고차 수출 산업에 최적지로 여겨지고 있다. 인천항에서 자동차를 실어 수출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바이어가 찾아오고,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2000만 수도권 시장을 배후에 두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인천으로 모여든 까닭도 이 때문이다. 

군산에 단지를 만들겠다는 이번 발표는 경제의 기본 논리인 '효율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산업을 제대로 하려면 업체가 모여 있는 인천에서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군산에 지원하는 건 정말 이상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가 과거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항공정비(MRO)단지' 정책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5년 정부는 최적지인 인천을 제치고 경남 사천에 MRO 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인천에 세계적인 공항이 있는데다 도시계획상 항공정비특화단지가 반영돼 있는데도, 정부는 사천행을 강행했다. 사천 MRO 단지 사업은 아직까지도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도 중고차 산업을 발전시키기보다 분산시키고 비효율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군산 중고차 단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산에 인프라가 생기더라도 수도권 물량까지 군산으로 내려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차를 사들이고 있는 해외 바이어들이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군산으로 옮겨가더라도 충청도나 전라도 차량을 매입하는 업자들만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물량이 많지 않아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 시·IPA 뭐하나 … 느림보 정책에 선수 뺏겨 
인천에도 기회는 있었다. 5년 전인 2013년 전국의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인천으로 모여들자, 산업을 양성화하고 대체부지를 마련하자는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시와 IPA는 3년의 시간을 보낸 후 지난 2015~2016년 '자동차 물류클러스터'라는 결과물을 내놨다. 인천 남항 부지 39만6175㎡에 3단계에 걸쳐 대형 중고차 단지와 관련 시설들을 건설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마저 2년 넘게 추진되지 못했다. 주민으로부터 동의 받지 못했다며 사업을 무기한 연기한 탓이다. 

시와 IPA는 최근 중고차 업체들이 평택 등 타 지역으로 옮기려하자, 그제야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시와 IPA는 고위 공직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갖고, 중고차 대체부지 마련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적으로 실무회의와 고위직 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5년의 시간을 흘려보낸 뒤였다. 한 관계자는 "최근 협의하면서 잘 준비하는 중에 정부가 이렇게 발표한 건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정부 발표와 상관없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도 고심하고 있다. 박영화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 회장은 "업체들이 인천에서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는 상태다. 지금은 대형차를 세우기엔 땅도 부족한 편이다"라며 "일단 관망하는 중이며 조만간 의사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귀복 인천항만발전협의회장은 "중고차 산업은 인천에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산업에 어디가 유리한지 판단해야지 지역 여론 차원에서 결정한 정책은 도움이 안 된다"라며 "힘 있는 지역 정치권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항만업계도 함께 하며 힘을 싣겠다"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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